고양이 마브로,

나는 아직도 너를 기다려.

 

 

 

 

 

 

 

마브가 저희 집에 처음 온 날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포스팅 한 적이 있었습니다.

 

 

2013년 1월 4일 올렸던 내용입니다.

 

아스프로와 쌍둥이로 태어났던 마브로는 제게 첫 번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엄마 까페는 참 좋은 엄마 고양이었습니다.

늘 이 둘을 끼고 다녔지요.

훗날 보니 모든 야생 고양이 엄마들이 자식들을 그렇게 살뜰하게 돌보는 게 아니더군요.

 

도도한 아스프로와 달리 붙임성 좋고 활발한 마브로는 뒹굴뒹굴 장난치길 좋아하는 귀여운 아기고양이었습니다.

 

 <아기고양이었던 아스프로>

 

그러던 어느날 아침,

아기 고양이들이 태어난지 석달쯤 되었던 때였을까요.

엄마 고양이 까페는 집 앞쪽 큰 길에 쓰러져 자는 듯 의식이 없었습니다.

온 몸에 외상이 하나도 없는데,

그렇게 몸을 쭉 뻗고 누워있는 까페를 보고 있자니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몰랐습니다.

옆집 술라아줌마가 나오더니

뭘 잘못 먹고 죽은 것 같다며 까페를 옮겨다 묻는다고 데려갔습니다.

 

 

도도하고 강한 아스프로는 도리어 잘 버텼습니다.

그런데, 명랑하고 붙임성 좋던 마브로는 엄마를 잃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아파 살이 하나도 없던 마브로>

 

마침 큰 개를 오래 키워온 오스트리아 사촌 마사가 집에 놀러와 있었는데,

저를 도와 마브로를 함께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마브로가 '제가 어디선가 얻어입은 저 꽃분홍 트레이닝복'을 좋아해서 저 바지를 닳도록 입었었네요. 결국 헤져서 버렸지요.>

 

마브로는 건강을 되찾았고

제 옆에 늘 붙어다니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마치 엄마라도 되는 냥, 무릎에도 앉고 품 안으로도 뛰어들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커가며, 마브로는 더 의젓해져서

다른 가족들에게도 잘 안기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동네 큰 개들과도 친구가 되어서 대화하는 사이가 되었구요.

 

 

틈만나면 식빵도 구울 줄 아는 청소년 고양이로 자랐습니다.

 

 

 그리고 일년 전쯤

......

아무 통보도 없이, 그냥 사라졌습니다.

동네를 다 뒤지고, 주변을 다 돌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지요.

원래 야생고양이로 길러진 녀석이라

어디든 갈 수 있겠지만

그리고 누구도 그 녀석이 잘못된 걸 발견하지 못한 걸로 보아

분명히 다른 곳에 정착한 것이겠지만

동네 아줌마들은 분명 짝을 찾은거라고 그래서 다른 곳에 정착했을거라고

말들하지만

집안에서 끼고 키운 것도 아닌데

그 상실감이란...아.

.

.

.

 

몇달동안 사라졌다 돌아온 아스프로처럼

마브로 그냥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스프로 여전히 도도하며, 이젠 여자친구도 생겼고,

저렇게 건강하게 자랐는데,

마브로도 그럴까 생각해봅니다.

 

어디야

마브로, 나는 아직도 너를 기다려. 알고 있는거야?

 

 

  

 

 

 

 

 

 

Posted by 꿋꿋한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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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트맘 2013.01.19 07: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고양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비록 집안에 있는 아니는 아니라도 첫 고양이임에 분명하니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크실까 생각합니다.
    마브로가 안 보인지가 일년이나 되었군요.
    엄마 잃고 병색이 완연하던 모습에서 저렇게 훌륭하게 컸는데
    어디서 헤메는 걸까요.
    다른 좋은곳을 또 찾아 일가를 이루었겠지만
    언젠가는 올리브님을 보러 와 줄거라 믿어요.
    마브로도 아스프로처럼 예쁜 여자친구도 있고 아가들도 있을거예요...
    녀석, 전화라도 한통 해주잖고서 말입니다.^^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19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전화라도 한통 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어요.^^
      그냥 잠깐 다녀왔다 다시 돌아가도 좋으니
      잘 있는지만 알았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구요.
      길가다가 비슷한 고양이를 발견하면 다시 돌아가서 확인하고
      그러길 많이 반복했었어요.
      이제는 그냥 건강하게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궁..
      이상하게도 그 이후의 고양이들은 제가 아무리 돌봐줘도
      고양이 엄마들이 유아기를 키워서 그런지
      저렇게 친밀하게 무릎에 와서 앉고 그러진 않더라구요.
      어떤 땐, 제가 먼저 깊은 정을 주는 게 좀 무섭기도 하구요.
      야생의 아이들이라, 언제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는 애들이라서요.
      그냥 볼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잘 해주자.
      그렇게 마음을 비워가고 있어요.

  2. Favicon of http://haydenreport.tistory.com BlogIcon HaydenJ 2013.01.19 08: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어려서 개와 토끼가 있었어요. 근데 너무 심심하고, 아무도 나랑 안놀아줘서 맨날 개를 끼고 뒹굴었더니 개가 피곤해서 죽었어요. 토끼는 어느 날 사라져서 그 날 하루종일 찾았는데 못찾고.. 그래서 도망갔나 싶었는데, 저녁 밥상에 올라왔더라구요. 토끼가 아빠 분재를 씹어재껴서 진즉부터 아빠 눈밖에 났었죠.
    생명체는 정줬다가 없어지면 마음이 참 휑해요.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19 14: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량님한테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저도 어릴 때 강아지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싫어하셔서 한달키우고 고모집으로 보내졌어요.
      그냥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없더라구요.
      3일은 울었던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trangerca.tistory.com BlogIcon 이방인 씨 2013.01.20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량님의 동물 친구들이 사라진 이야기는 왜 이리 슬픈데도 입술이 슬쩍 웃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 개가 피곤해서 죽었다는 말을 처음 들어서 그런가 봐요. ㅠ_ㅠ

    • 동이 2013.11.02 0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슬픈 이야기 맞죠? 근데 저는 웃엇네요. ^^ 죄송.

  3. Favicon of http://strangerca.tistory.com BlogIcon 이방인 씨 2013.01.20 1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글 너무 슬퍼요. ㅠ_ㅠ 분명히 마브로는 어디선가 씩씩하게 잘 살고 있겠지만 그래도 돌아와~~~
    올리브나무님 너무 서운하시겠어요. 아스프로처럼 잠시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20 1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어디선가 잘 살고 있길, 그럴거라고 믿고 싶어요.
      오늘 아침엔 아침 일찍부터 뒷문에 아스프로랑 여자친구 포르토갈리랑 미옹이가 줄서 있네요. 어제 저녁에 날씨가 추운 것 같아 무지 많이 먹였는데...아스프로는 문을 두드리는 법을 배웠어요. 똑똑한 녀석이에요.^^

  4. Favicon of http://blog.daum.net/mudoldol BlogIcon 산들이 2013.01.23 0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이 고양이 세계의 어떤 법칙이라도 되나봐요...
    우리 고양이들도 벌써 대를 이어 세 마리나 출가했답니다...ㅎㅎㅎ
    펠룻은 아주 멋진 고양이어서 도시에서 온 사람이 훔쳐갈 뻔 했는데... 이 녀석이 어느날 세이 굿바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구요...
    그리고 나머지 두 놈들은 그러려니... 그래, 어디가서든 잘 살아라... 했죠...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23 0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산들이 엄마님.
      주로 남자 고양이들이 더 출가가 잦은 것 같아요. 짝만 찾으면 그냥 거기에 눌러 앉는 것 같아요.
      요즘 저희 집 뒤에도, 처음 본 남자 고양이들이 찾아와서 짝 찾느라고 짝 없는 여자고양이들을 줄줄 쫓아다니더라구요. 괴롭히지나 말면서 쫓아다녀야하는데, 어젠 두 마리가 한 마리 두고 결투까지 하더라구요. ㅎㅎ. 산들이 엄마님도 경험이 많이셔서 잘 아실 것 같아요*^^*

  5. Favicon of http://mrsnowwhite.tistory.com BlogIcon 아스타로트 2013.01.24 2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국생활하는 고양이라 그런지 이름도 이국적이네요~ 무슨 뜻인가요??
    길에서 생활하거나 외출을 자주 하는 고양이는 자기 영역이 있고 영역을 옮기기도 하더라구요~
    그래도 언젠가는 한번쯤 다시 돌아와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노라고 모습을 보여줬음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25 0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브로는 그리스어로 검은색, 이란 뜻이에요. 쌍둥이 이름이 아스프로(흰색)와 귀와 꼬리부분만 다르게 회색도는 검은색이라서, 태어났을 때 아스프로, 마브로 이렇게 지었었어요. 여기 고양이들에게 처음엔 주로 색깔이름을 많이 썼었어요. 어쩐지 그리스어가 아니면 못 알아듣지 않을까해서..ㅎㅎㅎ. 근데, 지금은 한국어를 더 잘 알아들어요.하하.

  6. Favicon of http://blog.daum.net/jungun_ BlogIcon 피러17 2013.03.20 0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브로가 갑자기 사라져서 속상하셨겠군요....
    예전에 저희집도 마당에서 개와 고양이 키웠는데
    새끼도 낳고 잘 지내더니 어느날부터 안보이더군요...

    할머니는 좋은곳으로 시집가서 잘 사나보다 했지만...
    아무래도 쥐약든 음식먹고 잘못된거 같아요...
    갑자기 그렇게 떠날거 같지 않은데 말이예요...

    할머니만 밥 챙겨주니 할머니만 따르던 집나간 어미고양이의 새끼였던
    흰색바탕에 검은점이 몇개있던 고양이도
    잘 지내더니 어느날 비를 쫄딱 맞고 며칠만에 들어오더니
    그만 하늘나라 가더군요....

    집주위에 고양이가 많네요...
    고양이 이야기도 재밋어요.ㅋㅋㅋ
    올리브나무님만 보면 밥달라고 냐옹~냐옹 하겠네요.ㅋㅋㅋ

  7. 동이 2013.11.02 0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고 제가 다 섭섭했어요. 한번 이라도 나 잘있다옹~ 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보고 싶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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