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고양이들과 처음으로

 

친구가 되다.

 

 

  년 전쯤 꽤 유명한 경제학자의 강의를 듣는데, 사업을 하고 사람들을 어우르기 위해서는 먼저 처음 보는 사람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며 아이스브레이킹(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것의 일반적인 명칭) 심리테스트를 알려주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이 테스트를 시행하면서 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한다고 판단했었기에, 동물과 관련된 이 심리테스트를 고양이 얘기에 앞서 공개할까 합니다 

 

반드시 답을 먼저 적어보시고, 난 후에 결과를 보시기 바랍니다.

 

 

질문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 세 가지와

그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순서대로 적어주세요.

답변의 예

첫째, 판다 (귀여우니까)

둘째, 진돗개 (충성스러우니까)

셋째, 고양이 (깔끔하니까)

 

여러분도 답을 적어 보셨나요?

그럼 결과를 공개합니다.

 

5.

  4.

    3.

      2.

        1.

          0.

 

첫 번째 동물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입니다.

두 번째 동물남이 나를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라는 나의 무의식입니다.

세 번째 동물나의 이상형입니다.

 

동물이 어떤 동물이냐보다는 좋아하는 이유가 더 중요하답니다.

예전에 세 명의 동료가 세 번째 동물로 을 골랐는데요,

나를 태우고 달려줄 것 같아서’ ‘말 갈퀴가 부드러워서’ ‘영혼을 교감할 수 있는 동물인 것 같아서라고 각각 다른 이유를 말했습니다. 실제 첫 번째 여성은 기댈 수 있는 남자를, 두 번째 여성은 털이 많은 남자를, 세 번째 여성은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를 평소 이상형으로 꼽았었습니다.

 

  혹시 짐작하셨나요? 심리테스트 질문 바로 아래 예로 든 답변은, 십 년 전 제가 했던 답변이었습니다.

 

  저는 판다 같이 귀엽진 않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만은 애교를 부리다 보니 판다라고 답변한 것 같아요^^;;

라고 이 질문을 던진 경제학자에게 양손을 휘저으며 손 사례를 쳐야 했던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요. 

 

렇듯, 고양이는 제게 있어 깔끔한 동물이라는 인식만 있을 뿐, 별 다른 추억이 없는 동물이었습니다. 서울 인구 밀집지역에서 나고 자라 삼십오 년 넘게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었던 저에게 고양이는 밤에 아기울음소리처럼 미용미용 울어대고, 가끔 지하주차장 차 아래 숨어 있다가 차문을 열 때 놀래 키며 뛰쳐나오는 존재였었습니다.

 

 그리스에 와서 처음으로 개별 주택에 살게 되면서 그리스에는 TV에서나 보았던 희한한 동물과 곤충이 많다는 사실을 막 깨닫기 시작했을 때, 첫 경이로움을 주었던 동물이 바로 고양이였습니다.

 

 

 

<그리스는 고양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 덕에 고양이가 참 많습니다.

한 번쯤 봤음직한 이런 그리스 사진에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출처-google>

 

리스로 이사 온지 한달 쯤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같은 마당의 뒷집에 살고 계신 시어머님께서 그리스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바깥에 지어둔 부엌(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 할게요)에 들어가셨다가 화들짝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아니, 이 것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 제게

       아냐, 너 이리 오지마. 나중에 설명할게!! 라셨지요.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나가보니 뒷마당 한 켠에 위 사진의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박스 속에 들어가 있었고, 어미는 끙끙대며 그 앞에서 상자 안팎을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미 고양이가 조금 열려있던 부엌문을 밀고 들어가서 밤 사이 거기에 아기들을 낳은 것이었습니다. 피와 분비물과 아기 고양이들로 범법이 된 부엌 상태에 어머님은 기겁을 하며 소릴 지르신 것이지만, 그런 일들을 살면서 한 두 번 겪어 보신 게 아닌지라 척척 치우시고 일 처리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미 고양이 까페(καφέ 그리스어로 짙은 갈색), 쌍둥이 아스프로(άσπρο흰색)마브로(μαύρο검은색)는 그날로부터 매일 보지 않으면 허전한, 반은 야생고양이 반은 집 고양이로 저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기 고양이었던 아스프로를 안고 처음으로 고양이를 만져보는 딸아이, 그리고 시누이.

얼굴은 딸아이의 로망 라푼젤로 대신합니다.>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될 이야기이므로, 카페, 마브로, 아스프로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다시 나누기로 하구요.

 

 마지막으로 십 년이 지난 지금, 위의 심리 테스트의 결과를 다 알지만 그냥 지금 좋아하는 동물만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해보았습니다. 제 답은 이렇습니다.

 

고양이. 정말 사랑스럽고 나의 한국말도 다 들어 주니까.

          (내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적어도 가족에게는^^)

유럽사냥개. 보기와 달리 친해지면 더할 수 없는 위로를 주니까.

       (남들이 나를 잘 봐줄 거라고 착각 하고 있는 걸까요--;;)

갈색 큰곰. 힘이 세고 배를 안으면 푸근하고 좋을 것 같으니까.

       (제 남편이 정확히 이렇군요.)

 

제게 있어서 그리스 고양이들처럼,

여러분에겐 오늘 어떤 이작은 위로가 되었나요?

여러분의 심리테스트 결과도 궁금합니다.

Posted by 꿋꿋한올리브나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trangerca.tistory.com BlogIcon 이방인 씨 2013.01.06 0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답변 보기전에 먼저 떠올린 게, 첫번째는 고양이 (성깔있고 우아해서) 두번째는 사자 (멋있으니까) 세번째는 호랑이 (용맹하니까) 였어요. 그렇다면 저는 저를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남들은 사자라고 생각할 것이고, 제가 원하는 남자는 호랑이! 저 이 테스트 완전 마음에 듭니다!!! 이대로 라면 저는 결혼하면 라이거를 낳겠군요. ㅎㅎㅎ

  2.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07 0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하하하. 스스로를 성깔있고 우아하다고 생각하시는 이방인님,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방인님을 저처럼 멋있게 보는군요!!! 용맹한 남자가 찾아올 것 같아요. 근데 호랑이라니 왜 저는 런닝맨의 김종국이 떠 오르지요^^

    • Favicon of http://strangerca.tistory.com BlogIcon 이방인 씨 2013.01.09 14: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확실히 성깔은 있습니다. ^^;; 아, 근데 저 김종국 싫어요!! 전 브래드 피트가 좋아요. 하지만 이미 남의 남자.... ㅠ_ㅠ (남의 남자가 아니면 뭐가 달라지나?? ㅋㅋㅋ)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11 0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ㅎㅎ. 그래도 훈남 배우들이 품절남이 되면 어쩐지 아쉬운 기분은 어쩔 수 없나봐요.~~~~~~~건강하면서 느낌있는 남자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브래드 피트의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 감탄할때가 많은데..어쩌면 저렇게들 귀여우면서 이쁠까. 심지어 입양한 아이들까지도 귀티가 좔좔...자꾸 보면 닮는다더니 아빠 엄마를 닮아서 일까요.^^;;

  3. 역량 2013.01.13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나의 이상형은 섹쉬한 사람이었어요. 그럼 내 남편은 뭐냐고.....ㅠ

  4. Favicon of http://blog.daum.net/jungun_ BlogIcon 피러17 2013.03.20 03: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잉글리쉬 불독,두번째도 불독,세번째도 불독같아요...
    요즘 잉글리쉬 불독에 빠져 있거든요.ㅋㅋㅋ

    작년에 4살짜리 흰둥이 잉글리쉬 불독 암놈을 4개월 길러봤거든요...
    험악한 외모와 덩치에 비해 엄청 순하고,엄청 사람 조아하고, 조아한다는 표시인
    핥아주는거 조아하고...풍부한 얼굴표정에 완전 빠졌네요....

    엄청 큰 머리와 얼굴 주름과 큰눈....
    사람같다는 느낌이 마니 들었답니다.

    착한 그아이를 깜찍이라 이름 지어줬는데....
    뒷감당이 안되 다른곳으로 떠나 보냈지요.에휴~

  5. ㅎㅎ 2013.04.03 1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1. 고양이, 2.여우, 3. 개인데 재밌네요 ㅋㅋ 사실 제 성격이 고양이의 습성이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자립심이 강하면서도 가끔씩은 다른 이에게 기대고 싶고.. 생활습관도 닮았네요. 잠자는 걸 아주 좋아하는 게 ㅋㅋ 제 소원이 고양이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건데, 언젠가 그리스로 여행가고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4.03 1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님~ 그리스에 오시면 정말 즐거워 하시겠어요~
      고양이 천국이에요.
      물론 고양이를 싫어하고 학대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음식도 나누어 주고, 그냥 잘 대해 주는 편이라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냥 길 가다가도 쉽게 볼 수 있는 게 고양이라서
      고양이 덕에 웃을 일도 참 많답니다.
      설문을 재미있게 답해보셔서 저도 즐겁네요~~^^

  6. 릴리안 2013.05.05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꿋꿋한올리브나무님~

    이방인님의 블로그 통하여 놀러왔답니다.

    제 유년기에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왠지 모르게 올리브나무님이 반갑습니다. ^-^


    심리테스트. 저도 해보았는데.
    1. 개 (순수한 충실한)
    2. 고양이 (센스 독립적)
    3. 돌고래 (자유 낭만)

    흠...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단 말이쥐?? 하며 돌아보았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

  7. 루리 2013.07.24 0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리브나무님~안녕하세요?
    다음에서 둘러보다가 들어왔어요.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다니
    좀 충격받았어요ㅎㅎ

  8. 동이 2013.11.02 0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귀엽다니 충격!!!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