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장소가 소치, 라는 사실에 대해 딸아이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습니다.

한국TV를 볼 때 화면 오른쪽 귀퉁이에 D-20, D-10 날짜가 줄어 갈 때마다 "아! 곧 동계올림픽 하는 거야? 우와! 김연아 선수도 볼 수 있겠네! 아이, 신난다!" 라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올림픽이 임박하고 나서야 그 D-day는 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이 아닌 소치에서의 동계올림픽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그리스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데...

 

 

 

"있지, 마리아나...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은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건데…

넌 이번이라고 생각했구나?"

뭐가 그렇게 서운한지 한숨까지 푹푹 내쉬는 딸아이에게, 저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눈치를 보며 말을 해야 했습니다.

한참을 한숨을 내쉬던 딸아이는 자신이 동계올림픽 장소를 헷갈렸다는 사실보다 이번에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더 집중한 듯, 도리어 볼멘 소리로 제게 말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요. 엄마. 왜 평창동계올림픽은 홍보를 많이 안 해요? 홍보를 많이 했다면 나도 2018년인 줄 진작에 알았을 거에요."

"그거야 우리가 그리스에 사니까 한국의 올림픽 홍보를 잘 들을 기회가 없어서 그런 걸 거야."

"하지만 올림픽은 세계적인 축제잖아요. 근데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거라는 것에 대해 그리스인들은 거의 모르고 있단 말이에요."

"그건...글쎄, 그리스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르실 수도 있는 거야..."

"아니에요. 제가 두 분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저희 반 친구들 중 누구도 아는 아이들이 없었고 학교 선생님 중에도 아는 선생님들이 없었어요. 제가 그 동안 한국 동계올림픽 얘길 얼마나 하고 다녔는데요!"

     엉엉

딸아이 앞에서는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서 그런 거라고 딱 잘라 얘길 했지만, 이런 기사가 날 정도인 것을 보면 정말 국제적인 홍보에 문제가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녀석이 그렇게 학교에서 한국 동계올림픽 얘길 떠들고 다녔는지에 대해 저는 몰랐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얘길 했다는 거야? 넌 2018년에 하는 줄도 몰랐다며."

 

"저는 D-day 라고 한국 TV에 계속 나오길래 당연히 이번이 한국 동계올림픽인줄 알았어요.

물론 한국인인데 연도를 잘못 안 건 좀 부끄럽지만, 정말 그리스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 봤었거든요.

'한국에서 동계올림픽 하는 거 아세요?' 이렇게요.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몰랐어요.  

알리끼 이모 알지요? 아테네에서 신문기자를 하는 이모. 근데 알리끼에게 물어도 모르던 걸요.

이모랑 매일 통화하면서도 모르던 걸요. 사실은 그 동안 얼마나 속상했는데요. 

그리고 요즘에 우리 교과서에 일본, 중국 얘기만 나와서 진짜 속상했는데,

이렇게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덜 알려져 있으면, 한국의 디모스(Δήμος '자치체' 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한국을 알리도록 노력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

안습

 

딸아이 말대로, 최근 딸아이의 교과서에서 '일본의 시 형식'과 '그리스어 단어의 음절'을 연결하여 배우는 부분이 나와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젠 영어 교과서에 중국의 판다 곰과 대나무에 대한 대화내용이 실리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에게 물어도 전 학년 교과서 어디에서도 한국 관련 이야기는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아무리 한류 열풍과 기술력 강한 대한민국으로 유럽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해도, 아직은 유럽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구나 싶어 씁쓸했습니다.

 

 

어떻든 딸아이는 이날부터 그리스인 친척들과 학교에 열심히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너, 한국에서 동계올림픽 하는 거 모른다고 했지?

그게 평창이란 곳에서 하는데 2018년이래.

완전 끝내주지? 역시 한국이지?"

대박

 

동계올림픽을 열기엔 날씨가 적합하지 않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사업 실패로 많은 적자를 떠 안았기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다른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적은 그리스에 사는 딸아이는, 평소 학교에서 좀 수줍은 캐릭터라는 자아를 잃어 버리기라도 한 듯 한국의 동계올림픽 홍보에 열을 올리고 나섰습니다.

 

친구 알리끼에게는 이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요.

 "알리끼! 아테네의 이모에게 꼭 꼭 말해 줘. 2018년 동계올림픽은 한국에서 열린다고! 그리고 평창이라는 곳이라고! 어쩌면 이모가 기사를 써 줄지도 모르잖아. 부탁할게.

그리고 너네 옆집에 사는 독일인 아주머님에게도 꼭 꼭 알려 줄래? 그 아주머님이 전에 만났을 때 내가 평창동계올림픽이라고 말했더니, 평양이냐고 물었단 말이야. 북한에서 열리는 줄 알았다잖아. 아휴, 정말 속상했단 말이야. 친구야, 꼭 꼭 전해 줘야 해. 2018년이라고! 북한 아니고 남쪽 한국, 대.한.민.국.이라고!"

슈퍼맨 

 

이렇게나 열을 내는 딸아이가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게나 한국이 좋은가 싶어 저는 넌지시 물었습니다.

"너...왜 그렇게 한국이 좋은 거야?"

"우리나라니까 그렇지! 엄마는 그런 걸 묻고 그래. 당연한 얘기를!  근데 뭐...사실은 한국에는 맛있는 게 진짜 많아서 좋기도 한데... 순두부, 곰탕, 생선구이, 어묵, 된장찌개, 짜장면... 그게 절~~대 첫 번째 이유는 아니야! 오해하기 없기야! 엄마~!"

라며 헤헤 웃는 딸아이입니다.

ㅎㅎㅎ

외국에 나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더니, 자신의 고향이 한국이고 그래서 자신은 그리스인이기 보다는 언제나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딸아이 역시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오늘이 드디어 소치올림픽이 개막일이네요. 물론 한국의 올림픽 관계자들이 2018년에 열릴 한국의 동계올림픽에 대해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겠지만, 아직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국제 홍보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좀 더 관심 있게 참여하면 좋겠구나 싶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사이트 http://www.pyeongchang2018.org/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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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꿋꿋한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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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07 0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민트맘 2014.02.07 0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리아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로 작은 외교란 이런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기특할까요.
    관계자께서 이 글을 보시고 홍보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울 마리아나에게 맛난 한국의 음식을 먹이고 싶어요.ㅎㅎㅎ

  3. 마리 2014.02.07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리아나가 이런 말들을 하는 것도 너무 기특하고, 아이가 스스로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 올리브 나무님도 칭찬 받으셔야겠어요. 꼭 외국에 나와 살아야 애국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 살면서도 감사하며 살 수 있는 조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네요..요즘도 시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이라..

  4. 상추이뽀 2014.02.07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꼬마숙녀의 눈물겨운 애국심이네요...가까이 있다면 궁댕이를 토닥토닥해주고 싶네요. 평창이 다음 개최지라 아직은 이슈가 안될수도 있는것 같아요. 게다가 알파벳으로 길고 발음이 좀 어려운가 봐요. 어쨌든 중요한건 귀여운 마리아나~^^

  5. 추파춥스 2014.02.07 09: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리아나 당장 외교통상부 들어가도 손색이 없겠어요!!! 마리아나가 잘 성장해서,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이가 말하는 것을 보면, 또래 같지 않게 성숙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6. Favicon of http://blog.daum.net/effigie BlogIcon 차차 2014.02.07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마리아나를 통해서 다시 알게 되네요.
    아직도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한국이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North? South?라고 되묻는 사람이 열에 아홉이더라구요.
    동계 올림픽 뿐만 아니라 세계 안에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소치에서의 올림픽이 시작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 평창이 홍보에 열을 올리면 소치가 싫어할거예요...^^
    평창은 소치가 끝나면 정말 열심히 해야죠...^^
    소치에서 좋은 소식 많이 들려, 외국에도 우리나라의 좋은 느낌이 많이 퍼졌으면 합니다...^^

  7. Favicon of http://indo4u.tistory.com BlogIcon 자칼타 2014.02.07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딸 아이가 올리브님 닮아서 애국심이 강하네요..^^
    여기 동남아는 겨울 스포츠에 관심이 없더라고요... 어제 '동계올림픽'소식을 꺼냈더니..
    배드민턴도 하냐고 장인어른이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ㅎㅎ

  8. Favicon of http://venuswannabe.com/1376 BlogIcon 비너스 2014.02.07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국심 가득한 딸의 모습이 그려져 너무 귀엽네요^^ 저도 이번이 평창올림픽인줄 알았었는데, 정말 홍보가 부족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아쉽네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9. kiki09 2014.02.07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게 첫번째 이유인 거 같은데 말이죠 ㅎㅎㅎㅎㅎ
    아..마리아나가 쭉~~ 나열한 음식들이 막 땡기네요 ㅎㅎㅎㅎ
    그런데요 사실 이상하게 러시아에서 하는 이번 올림픽은 그다지 관심이 가질 않네요..
    제가 러시아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건지도요 ^^
    소치가 완전히 러시아 변방이었군요!!
    위치도 지금 알았어요 ㅋㅋㅋㅋ
    왜 자꾸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하는지도
    위치를 보니 이해되네요
    터키와 근접하는군요 아...

    어쩜 이렇게 관심이 없었을까요
    마리아나한테 배워야겠어요 ㅋㅋ
    아 그러고보니 그리스에는 어묵'이 없나요??
    껌딱지도 어묵 엄청 좋아하는데요
    아이들은 대부분 어묵을 좋아하나 봅니다..그쵸??
    어묵 볶음 맛있는데
    아니면 어묵에 떡국 넣고 끓이면 한끼 해결되고요 ㅋㅋ
    그리고 마리아나는 떡 좋아하나요???
    ㅎㅎㅎ
    급 마리아나의 기호에 관심이 가는군요 ^^
    마리아나가 좋아하는 한국 가수 있나요? ㅎㅎㅎ

    오늘 올림픽 개막식이군요..
    아 당췌...관심이 가질 않는군요..
    한국 선수들 응원해야 하는데..
    ㅎㅎㅎ
    매니저님도 떡 좋아하시나요??
    저 오늘 횡설수설 하는 거 같아요
    뭔가 궁금한게 있었는데 갑자기 까먹어서요;;;;;

    마리아나가 평창 올림픽때에는 꼭 한국에 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10. Favicon of http://psia.tistory.com BlogIcon 일본시아아빠 2014.02.07 12: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치에만 힘쓸게 아니라 그 후로도 홍보에 힘써야 할텐데 말이죠.
    그리스에선 작은 천사 홍보대사님이 계시다니 든든하네요! ㅎ
    정말 따님 글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아이도 그렇게 키우고 싶습니다~ ^^

  11. 깨서방 2014.02.07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몰랐는데,,평창에서 열리는지...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12. 2014.02.07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들꽃처럼 2014.02.07 2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리아나야~~
    우리 이쁜 마리아나야~~

    들꽃이모는 우리 마리아나 덕에
    새삼 애국심이 샘솟는구나
    고맙다 마리아나야~~
    정말 고맙고 네가 자랑스럽구나~~

    울컥 울컥

  14. 평창 2014.02.08 15: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보는 지금은 너무 이르지 않나요?ㅎㅎ
    아직 3년 남앗고 완공된 시설도 없는데 말이죠.. 아마 흥보는 올릭픽 하기 1년 전이나 그 이후부터 할겁니다.

  15. Favicon of http://mrsnowwhite.tistory.com BlogIcon 아스타로트 2014.02.08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들으니 우리나라 홍보가 정말 미흡하다는 게 느껴지네요;ㅁ;
    지금 한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으니 다음 동계올림픽은 어디지? 하고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때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16. 2014.02.11 0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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