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남편 동수 씨는 아테네에서 1박2일 세미나를 잘 마치고 오늘 저녁 돌아왔습니다.

새로 받아온 책 등의 무거운 짐 가방을 한 바탕 푼 후, 저에게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아테네 공항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났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

"또 말 시켰구나!!!"

 

동수 씨는 관광지역 등에서 혹시 한국인들이 자신들끼리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꼭 한국어로 말을 시켜 상대를 놀라게 한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아니야. 이번엔 그 사람들이 먼저 말을 시켰다고."

"응? 뭐라고?"

 

저는 혹시라도 블로그 독자님들 중에 그리스 여행을 하시다가 동수 씨 얼굴을 알아보고 말을 시켰나 싶어 깜짝 놀라서 되물어보았는데요.

 

"영어로 길을 물어보더라고. 젊은 남녀 커플이었는데,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정신이 없는 눈치였어."

 

(하하...동수 씨를 알아봤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이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그럼 그렇지요. 그리스를 여행하시는 모든 한국인들께서 다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것도 아니실 텐데, 저 혼자 순간적으로라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러웠답니다. )

 

"그래서, 길은 잘 알려줬어?"

"하핫! 그냥 알려주면 재미없지. 먼저 그 사람들이 지도를 보여주며 영어로 질문하는 것이 끝나길 기다렸지. 영어로 물어봤지만 한눈에 한국 사람인 줄 알겠더라고.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어."

"어떻게?"

"한국말로 '혹시 한국 사람??' 이라고. 하하하. 그랬더니 여자분이 어머어머 깜짝이야. 이러며 아주 많이 웃더라고. 하핫! 그래서 내가 한국여자와 결혼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그리고 한국어는 조금 안다고도 말 해 줬어!"

슈퍼맨 

"하하..그랬구나. 그래서 길을 잘 가르쳐 준 거지?"

"물론이야. 자세하게 영어로 설명해줬으니까 알아서 잘 갔을 거야."

"정말 잘 했네. 그 사람들이 고맙게 생각했을 거야."

ㅎㅎㅎ

 

그런데 동수 씨뿐만 다른 그리스인 시댁 식구들도 한국인을 우연히 보게 되면 그렇게나 반가운가 봅니다.

일 예로, 지난 겨울 인근 섬으로 친척 어르신들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신 시어머님께서도 배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만나셨었다고 합니다.

저는 당시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아침에 출근하느라 어머님께 잘 다녀 오시라도 인사를 못 하고 나와서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요.

마침 배에서 한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던 어머님이 전화를 받으셨고, 제게 전화로 자랑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내가 배에서 한국인 아가씨들을 만났는데, 내가 말을 먼저 시켰어.

그리고 고맙습니다. 안녕~! 잘 자! 배고파! 맛있어! 이런 한국말을 내가 막 하니까

한국인들이 깜짝 놀라면서 정말 좋아하는 거 있지? 덕분에 즐거운 여행길이었다니까.

아, 지금 내 옆에 있는데 너 바꿔 줄까?

내가 영어를 잘 못 해서 한국인 며느리가 있다고 설명하긴 했는데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어.

통화하고 싶으면 바꿔줄게!"

 

저는 몹시 당황해서 "아니에요. 어머님. 하하..어머님이 즐거우셨으면 됐죠.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라고 말하고 통화를 마무리 했는데요.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머님께서 그 한국인 아가씨들에게 했다는 한국말들이 모두 마리아나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신 것들이라 배고파, 맛있어. 이런 단어들인 것에 웃음이 터져 혼자 웃게 되었습니다.

ㅋㅋㅋ정말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딸을 굶기는 줄 안다니까요...

 

이렇듯 한국인만 보면 아는 척을 하고 싶을 만큼 동수 씨나 시댁 식구들에게 있어서, 한국인 아내, 며느리가 있다는 것이 밖에 나가면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한가 보다 싶어서, 평소 낯 모르는 그리스인들에게 동양인이라고 좋지 않은 대접을 받거나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할 때도 있는 저로서는, 이런 가족들의 행동에 대해 고맙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답니다.

 

참, 저희 어머님은 지난 금요일 드디어 새 한국 세탁기를 사시고야 말았답니다.

그렇게 제 세탁기를 부러워하시더니, 똑 같은 브랜드로 거의 똑 같은 사양으로 사셨어요.^^

덕분에 이제 제 세탁기 좋다고 쓰러 하루에도 몇 번씩 불시에 찾아오시는 일도 줄어서 저도 정말 기쁘답니다. 제가 자고 있는 주말 이른 아침에도 갑자기 빨래하러 들어오시곤 하셨거든요ㅠㅠ

그리고 동수 씨는 김치를 수블라끼와도 먹고, 오이와도 먹고, 레몬과도 먹고, 수시로 먹더니, 원래 조금 담그긴 했지만 담근 지 1주일만에 김치를 다 먹어 버려 또 새로 만들어야 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인 가족들은 이렇게 점점 더, 한국도 한국사람도 한국물건도 한국음식도 다 좋은가 보네요.

여러분 활기찬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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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꿋꿋한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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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보헤미안 2014.06.02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쿄쿄쿄쿄쿄☆ 참 올리브나무님이 사랑스럽고 너무 좋으신가 봅니다☆
    원래 하나가 좋아지면 다 좋아진다잖아요☆

  3. sixgapk 2014.06.02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다 즐거워 지는 글입니다^^

  4. 2014.06.02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BlogIcon 포로리 2014.06.02 1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기분 알것 같아요. 친근감 이겠죠? 남 보단 가까운 느낌. 헤헤...어머님까지 그러신다니 귀여우시네요.

  6. Favicon of http://blog.daum.net/effigie BlogIcon 차차 2014.06.02 1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리브나무님께서 주변분들을 반쯤 한국인으로 만들고 계신 것 같은걸요...^^
    낯선 장소에서 그 문화에 적응해 살아가기 어려운 점이 많으실텐데
    언제나 씩씩하게 극복하시고
    주변을 올리브나무님화 하는 것을 보면
    진짜 진짜 매력 넘치시는 분인가봅니다...^^

  7. BlogIcon 콩양 2014.06.02 1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원래 처가 예쁘면 처가집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잖아요~ 동수씨도 시어머니도 올리브나무님이 예쁘니 한국의 모든 게 좋아보이고 반가운 거 아닐까요~

  8. 2014.06.02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훌쩍 커버린 2014.06.02 1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리브나무님이 진정한 외교관입니다.

  10. 민트맘 2014.06.02 1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마음 따뜻하신 가족들이예요.
    한국에 관한걸 그리 좋아해주시니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운게지요.
    마리아나에게 배운 귀여운 한국말을 쓰셨을 어머님, 사랑합니다!!

  11. 와~ 2014.06.02 2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제가 다 뿌듯하고 즐거운거죠? ㅎㅎㅎㅎㅎ

  12. arepos 2014.06.02 22: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얘기만 들어도 뿌듯하고 즐거워지는 에피소드인것 같습니다 ^^

  13. 씨미씨미 2014.06.02 2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하셨던 한국 세탁기를 드뎌 구입하셨군요~ ^^
    고장 없이 오래오래 사용하시면 좋겠네요~ ㅎㅎ

  14. BlogIcon 그릭요거트 2014.06.02 2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그럴 때 정말 재밋으면서도 기쁘고 행복하죠 ^^ 저와 친한 중국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분들도 한국 사람만 보면 불쑥불쑥 안녕하세요! 호떡 맛잇어요! (호떡믹스 마니아들.. ㅋㅋ) 이래가지고 웃기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요 ㅋㅋ 그 중 어떤 친구는 과거 NRG라는 한국 그룹을 좋아햇엇는데 지금도 한국 사람 보면 NRG 좋다고 하다가(언제적 그룹인데...) 한국 분들이 몰라줘서 상처받곤 해요. ㅋ

  15. 달려라하니 2014.06.03 0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울한 날이면 햇살좋은 그리스에 가고싶어 글만 읽고 가곤 했는데 오늘은 남기네요. ㅎㅎ 매번 너무 잘 읽고있어요. 감사해요!!

  16. 2014.06.03 0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7. 키키영구 2014.06.03 1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리브나무님 덕분에 가족분들이 한국에 대해서
    친밀감을 느끼시나 봅니다 ^^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듭니당!
    올리브나무님이 아니었다면 그저 먼 아시아의 한 나라일 뿐...이었겠죠..
    저는 이렇게 올리브나무님의 블로그에 오는 것 만으로도
    그리스와 엄청 친해진 기분이에요 ^^
    나..그리스에 대해서 좀~ 알아~ 막 이러고 다닐지도 몰라요 ㅎㅎㅎㅎㅎ
    동수님의 김치 사랑이 대단하시네요!!
    언제 한번 두분이 사이좋게 담가 보시면 .ㅋㅋㅋㅋ
    생각만 해도 재밌어요
    담기도 전에 동수님께서 시식하신다고 다 드시겠죠?? ㅎㅎ

    동수님의 장난끼는 영원히 사그러들지 않았으면 해요...
    영~원..히...ㅎㅎㅎㅎㅎ

  18. 복실이네 2014.06.05 13: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동네 아줌마들한테 그리스에 사는 분 블로그에서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 할때가 있는데요.
    제가 올리브나무님과 친구가 된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니깐요.
    어렸을때부터 그리스신화를 참 좋아했고 가보고 싶은 나라중 하나였는데요.
    올리브나무님 덕에 간접적으로나 경험해서 정말 좋은것 같아요.
    그리스 가족들이 올리브나무님을 위해주고 한국사람만 봐도 반가워하신다니 참 보기 좋아요.
    그만큼 올리브나무님이 애쓰신 덕이겠죠~^^

  19. Favicon of http://salt418.tistory.com BlogIcon +소금+ 2014.06.07 2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어머님이 의외에요.. 동수씨야 한국에 살기도 했으니 그렇지만 시어머니가 그러시다니.. 왠지 막 감동이 밀려오는데요~~
    아마도 한국인 며느리가 이쁘니까 한국인들에게도 그렇게 말걸고 즐거워하시는거겠죠~? ^^

  20. han9726 2014.06.10 1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수님이 김치를 좋아하고 가족분들이 한국을 좋아하는건 올리브나무님을 좋아해서일꺼에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공유되는 부분이니 그 부분도 자랑스럽고 기뻐해주시니 힘든 타향살이지만
    언제나 힘내세요. ^^

  21. 2014.06.21 2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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