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밝힌 적이 있듯이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는 편입니다.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약간의 완벽주의, 약간의 강박에 여전히 시달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남에게보다도 제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참 관대하지 못 한 편인데요. 그런 점은 자책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최근 잘 모르는 사람과 누가 잘못 했나 시비를 가려야 하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그리스에 와서 이런 일로 엮인 적도 없었고 일 때문에 내부가 아닌 외부와 골치 아픈 사건에 연루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제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데 잘못 걸렸다는 식으로 저를 위로했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석연치 않았습니다.

분명 일의 해결점도 찾았고 그래서 해결될 기미도 보이고 그렇기에 불안해 해야 할 부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며칠을 고민해야 할 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뭘까, 도대체 뭐가 내 마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 걸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딸아이가 자는 방에 들어가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주다가 주마등처럼 십 년도 넘은 오래 전 어떤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제게 참 흑역사 같은 아픈 시절의 일이었는데, 여태껏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늘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에 대한 자책이 너무 심해 고통 때문에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잠든 아이의 손을 붙든 침대 머리맡에서 처음으로, 그 일들에 대해 '내가 잘못했다'는 인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며 비로소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나를 스스로 자책하는 것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말입니다.

제가 자책을 했던 것은 늘 이런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분명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밖에 못 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얼굴에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내 자신이 부끄럽고 싫다.'

라는 생각 말이지요.

 

즉…

저는 제대로 일 처리를 해내지 못 하고 그렇게 큰 실수를 해서 그런 상황에 처함 저 자신이 부끄럽고 싫어서 자책을 해왔던 것이지, 정말 그 상황에 제가 잘못했다라고 인정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십 년도 더 넘은 일에 대해서 저는 그 일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혹은 원래 능력 뛰어났던 내가 어쩌다 한 실수가 아닌, 그저 세상을 잘 모르고 무모했고 능력이 부족했던 내가 명백하게 잘못했던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저를 걱정하며 마음의 상처를 함께 입었던 부모님과 제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실수가 아닌 '제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이 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시시비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자책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나니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분명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상대가 잘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스스로가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스에 와서 그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한국에서 내가 어떤 대접을 받던 사람이었는지 또 어떤 자랑할 만한 것들이 있었는지 다 잊었고 내 자신에 대해 많이 내려 놓았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여전히 제 자신에게 쓸데없는 자존심괜찮은 사람이고픈 완벽주의가 남아서 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누구보다도 저 스스로가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지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간에 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고 실상 괜찮은 사람이 아닐 때가 괜찮은 사람일 때보다 더 많다는 것을요.

 

이렇게 한국인 하나 없는, 그래서 그리스인 남편이나 소수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내가 어떤 원래는 사람이라고 변호해줄 만큼 나를 오래 보아온 사람이 없는 곳에 살다 보니, 더 기를 쓰고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젠 그냥 남들이 나를 괜찮지 않은 사람으로 보든, 별로인 사람으로 보든, 그냥 그런 아시안으로 보든, 편견의 눈으로 보든…

그냥 부족한대로의 나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내가 먼저 인정해주어야겠다 싶습니다.

 

어느덧 9월이네요. 여러분 행복한 9월 되세요!

9월엔 좀 더 자주 찾아뵐 수 있길 저도 기대해봅니다.

 

 

 

내일, 그리스 결혼식에 관한 예능프로인 '나의 결혼원정기'가 시작하네요. 추석 연휴까지 세편 정도 이어질 예정인데요.

방송 제작하시는 분들이 이 프로를 준비하시며 많이 애쓰셨더라고요.

저는 그리스 결혼식에 관한 정보들을 사전에 제공한 것 외에 현지 제작에 도움을 드린 부분은 없지만

(출연 제의를 받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것을 고사해서 시청자분들의 눈을 버리지 않게 해드리게 된 점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작하신 분들이 워낙 애쓰셨다는 것을 알기에, 또 제작 장소가 한국분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산토리니 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블로그를 통해 예고편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지네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늘 부족한 저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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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꿋꿋한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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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4.09.01 15: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BlogIcon 들꽃처럼 2014.09.01 2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픈만큼 성숙해 진다더니
    올리브나무님이 더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
    아프신가 봅니다

    힘든 만큼 너그럽고 존경할만한 큰 어른이 되실꺼예요
    저는 지금도 올리브나무님을 존경하는걸요~~~

    저 늘 보고 있답니다
    올리브나무님께는 쉽게 댓글을 달수가 없어요
    글을 음미하고 느낄꺼 실컷 느낀후에
    차분할때만 댓글을 달수가 있더라구요 ^^

    올리브나무님의 바쁜 일이 어서 끝나서
    차 마심서 수다 떨고 싶어요~~~~~~~

  4. BlogIcon oscar 2014.09.02 0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침 오늘 친구와 실패한 인생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어요. 제 답은, '실패한 인생이 어딨어?' 였네요. 올리브나무님의 오늘 글을 보니, 무심코 꺼낸 말이었지만,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되네요ㅎ 항상 감사드려요

  5. 2014.09.02 0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BlogIcon Carmen 2014.09.02 0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리브 나무님 멋져요
    용기있는 그대에게 박수를 ~ 짝짝짝

  7. 보헤미안 2014.09.02 2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인생이란 살아도 살아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단계 성장하신 올리브나무님 짱 멋지십니다☆

  8. 씨미씨미 2014.09.02 2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티비서 저프로 예고를 봤을때 올리브님이 생각났었는데, ^^
    그리스를 가보진 않았고, 올리브님을 본 적도 없지만, 언젠가부터 그리스=올리브님 이렇게 생각이 들게 되네요~

  9. ㅇㅇ 2014.09.03 0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 댓글달아봅니다. 그동안 꾸준히 올리브나무님의 블로그를 즐겨찾았지만요...오늘따라 게시물이 유난히 저의 마음을 울리네요. 저도 이상하게 스스로에게 그런 굴레를 씌울때가 있어요. 그래서 주변에 자기자신을 있는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있게 살아가는 성격의 소유자들을 보면 부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고, 그럴때마다 저는 우리나라처럼 남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야하는 환경에서 살자면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니 제가 또 잘못생각한거 같다는...아마 저는 그 자유롭다는 미국에서 살아도 왠지 남들에게 잘보이고 완벽해보이고 싶은 그런마음을 놓을수가 없을거 같네요. 결국 환경이 아니라 자기자신에게 달린것임을요. 갑자기 저도 이 글을 보고 번쩍 깨달았어요. 감사해요.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 예능 출연은 ㅎㅎ 안하시는게 좋은 결정인것 같아요. 물론, 인생에 저런 특별한 경험도 좋겠지만 사실 방송이라는게(특히 예능은) 사실 그대로보다 왜곡되어 나가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주변에 일반인들중 방송 출연하신분들보면 꼭 이게아닌데? 라고 후회하시는분도 몇몇 계셨어요. 어쨌든 방송은 챙겨볼 생각입니다. 항상 블로그로 구경했던 그리스 결혼문화를 방송으로 보게되니 가슴이 둑흔둑흔 하군요? ㅎㅎ올리브나무님은 그리스문화 전도사!!

  10. BlogIcon revekkawings 2014.09.03 0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정말 우연히 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어요 갑자기 나타난 산토리니 풍경에 마음이 두근두근 했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리스풍경들과 그리스어가 얼마나 반갑고 좋던지요! 한국티비에서 그리스어 듣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눈을 못떼고 봤네요 지난 번 글에서 그리스결혼식과 관련해서 도움을 주셨다기에 이게 그 프로그램이구나.. 하면서 통역하시는 분이 혹시 올리브나무님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답니다^^ 다시금 산토리니로 꼭 신혼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ㅋㅋㅋㅋ 무럭무럭! 저도 자존심이 센 편이고 실수하는 걸 싫어해요 하지만 내가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인정하는 것...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출근길에 좋은 글 감사해요!!

  11. blanche 2014.09.03 16: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주 올리브나무님의 블로그를 찾아와서 글을 읽으면서도 덧글을 남긴 건 딱 한 번인가 두 번뿐인 것 같네요. 예전 글들도 좋았지만 최근 글들(그리스 몇 년을 고민했던 문제가 이렇게 결정되다, 그리고 이 포스트요)은 참 제게도 많은 해답을 주시네요.. 언제나 깊은 통찰력으로 좋은 글 써주셔서 저도 용기 얻고 갑니다^^

  12. BlogIcon 싱클레어 2014.09.03 1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블로그가 정말 재미있어서 한주에 두세번씩 꼬박꼬박 들어오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댓글을 남기지 않았는데 이 글은 느끼는 바가 커서 댓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네요. 스무살 때 아는 사람한테 크게 데이고, 자책하는 것으로 몇해를 힘들어했었거든요. 지금도 가끔씩 화가 나고 괴로워서 견딜수 없을 때가 종종 있구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마저 힘들게 하고, 거기에 스트레스 받고 그랬어요.ㅎㅎ;;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순간 속이 참 후련하네요. 마치 오랫동안 풀지 못하던 문제의 답을 발견한 것처럼요. 정말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큰 힘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올리브나무님의 이 글은,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었어요.

  13. 2014.09.04 0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4. 하얀마음 2014.09.04 0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깊이 생각하고 내린 결론, '내가 잘못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는 부분이 감동이네요. 깊은 사유를 통해 내면 깊숙이 있던 문제를 찾아내고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에 진정 존경스럽습니다. 마치 구도자 같은 행동.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책과 괴로움이 한가지씩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마음의 괴로움을 끊고 나오는 것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더라구요. 모든게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15. 2014.09.04 17: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6. BlogIcon earth17 2014.09.05 0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저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네요. 올리브나무님이 뭔가 도움을 주셨을것 같더니만 역시나..그리스식 결혼식은 어떤 것일지 다음회를 기대하고 있어요.

  17. 2014.09.05 0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8. 키키영구 2014.09.12 1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리브나무님 화이팅!!!
    저는 만사 느긋하고 만사 실수투성인 관계로
    올리브나무님처럼 자책하며 살았더라면
    전 이미 요단강을 건넜을지도 몰라요 ㅎㅎㅎㅎㅎ
    올리브나무님께서 저의 실상을 보신다면
    저러고도 사는구나..싶으실거에요 ㅎㅎㅎㅎ
    올리브나무님이 꼭 제 친정엄마 같으세요....
    그래서 제 엄마님은 소화기관 쪽이 굉장히 안좋으세요
    조금만 신경쓰면 위염에 십이장궤양 때문에 괴로와하시죠..

    오랫동안 많이 힘드셨을텐데..
    지금부터라도 올리브나무님 자신에게 관대하게 대해주세요
    난 왜이러지?가 아닌 남들도 다 그러는데 뭐..이렇게 ^^
    예전에 업무성과 결과가 나왔는데 제가 어느 한 부분에서 꼴찌더라고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꼴찌 아무나 하는거 아니다..나정도는 되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거야.."
    동기들이 기함했죠..쟤는 도대체 어디서 굴러들어온 외계인인가..

    암튼 올리브나무님 성인들도 완벽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우리도 완벽할 필요 없는거 같아요 ㅎㅎㅎㅎ
    아 저 넘 단.무.지스럽죠? ㅋㅋㅋ

  19. Favicon of http://lincat.tistory.com BlogIcon 적묘 2014.09.13 1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거에 대한 자책과 흑역사라는 단어..참...쉽지 않지요..

    아..그걸 그냥 그랬어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불쑥 떠오르는 생각에 이불을 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ㅎㅎㅎㅎ

    이해합니다!
    그리고 다들..공감 10000배 하실 듯!!!

    다만..그걸 극복하는 건 전 정말 어려워요.어쩔 수 없이 오늘도 이불 하이킥!

  20. BlogIcon michelle 2014.09.28 1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보기만 하다가 완전공감하여 글 남깁니다.
    멋지십니다

  21. 2015.07.10 1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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