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동안엔 딸아이는 어렸고, 손발에 늘 열이 많은 편인 엄마를 둔 탓에 찜질방에 갈 기회가 많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몇 번의 찜질방 행그 아이에게 큰 기쁨과 추억을 주었던 듯 합니다.

그리스에 살면서 한번씩, "엄마! 우리도 찜질방 가고 싶다. 그치요?" 라고 동조를 구하는 눈빛으로 묻곤 하니까요.

 

도대체 뜨뜻하게 지지는 것을 좋아하기엔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찜질방의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궁금했던 저는 딸아이에게 진지하게 되물었습니다.

 

"넌 찜질방에 왜 그렇게 가고 싶은데?"

 

"그건...이렇게 말 한다고 엄마, 나 놀리지 말아요.

사실은, 찜질방 달걀이랑 미역국이랑 식혜랑...그런 게 정말 정말 맛있거든요!

그리고 안마 의자도 재미있어서 좋아요!!! 

근데 한국 TV를 보면 내가 찜질방에서 못해본 것도 많이 있는데 정말 꼭 해보고 싶어요."

샤방

 

순간 정말 마리아나 다운 대답이라 크게 웃을 뻔 했지만 저는 애써 웃음을 삼키고

"크흡. 흠흠...그랬구나. 그래. 한국에 가면 한번 가자." 라고 마무리 지었답니다.

 

 

몇 주 전이었습니다.

시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 식구들이 함께 중식당(그리스식으로 베트남인이 운영하는)에서 외식을 하게 되었는데, 모처럼 간장소스에 버무린 닭튀김(한국의 교O치킨 오리지널 소스 맛과 비슷해요.)을 비롯해 여러 요리를 정신 없이 먹은 마리아나는 얼마나 신이 났던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는데요.

 

 

 

그렇게 디저트까지 식사가 모두 끝나자, 식당 직원은 손을 닦으라고 레몬 향이 나는 두툼하고 차가운 물수건을 식구 수대로 들고 왔습니다.

 

 

 

*그리스에서는 물수건을 식사 후에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만큼 여러 식당에서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에도 물수건을 주는 식당들이 있는데요.

특히 큰 생선을 숯불에 구워서 파는 해산물 식당이나 바비큐 종류(돼지고기에 소금 후추 향채를 뿌려 구운 구이를 그리스어로 μπριζόλα 브리졸라 라고 합니다.)를 포함한 그리스 요리를 파는 식당 등에서는 소독이 된 레몬향이 나는 물수건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국처럼 완제품으로 되어 쓰기 전에 포장을 뜯어야 하는 수건을 주기도 하고, 식당에서 소독을 한 물수건을 주기도 합니다.

 이건 다른 식당에서 준 식당 로고가 새겨진 완제품 물수건입니다.

한국처럼 이렇게 포장을 뜯어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한국과 차이점이 있다면 식사 전에 물수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식사 후에 손을 닦으라고 물 수건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는 냄새에 민감한 그리스인들의 정서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그런데 마리아나는 이 작은 물수건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딸아이가 물수건으로 완성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양머리 물수건이였습니다^^

ㅎㅎㅎ

  

시어머님께까지 사이즈도 작은 양머리 물수건을 만들어 얹어 준 마리아나.

 

그러니까...마리아나는 한국 TV에서 찜질방에 간 사람들이 양머리 모양으로 수건을 쓰고 있는 게 그렇게 부러웠던 것입니다.

 

 

집에서 샤워 후에는 한번도 양머리 수건을 만들어 쓴 적이 없어서, 저는 딸아이가 저걸 만들 줄 안다는 사실 조차 몰랐었습니다.

이 날 식당에서는 때마침 딸아이와 함께 놀길 좋아하는 시어머님이 계셨으니 (제겐 양머리를 쓰자고 해도 안 쓸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지요.) 마리아나는 소원이었던 양머리 수건을 만들어서 그 후로도 한참을 머리에 쓰고 좋아했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어머님도 얼마나 이 물수건 양머리를 좋아하시던지요. 한참을 마리아나와 박수까지 치며 크게 웃으셨답니다.

 ㅎㅎㅎ

 

훗날 혹 겨울에 한국에 가게 된다면, 마리아나를 데리고 꼭 찜질방을 방문해야 할 것 같네요.

손에 열이 많아 고무장갑도 잘 못 끼는 저저 보다 더 열이 많아 더운 건 질색인 동수 씨이지만, 마리아나의 '찜질방 음식과 양머리 로망'을 위해 한번은 가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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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꿋꿋한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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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리아나귀여워요 2014.09.19 1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사람입니다

  2. Favicon of http://florence.in@gmail.com BlogIcon 글쟁이 2014.09.19 2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용약관위배로 관리자 삭제된 댓글입니다.

  3. BlogIcon 채영채하맘S2 2014.09.19 2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마리아나와 올리브나무님 많이 닮았네요.. 얼굴을 가리셔도 마리아나를 보면 올리브나무님 얼굴이 대충 그려지는 듯해요. 한국에 살지만 찜질방에는 몇번 못 가봤어요. 처녀때는 찜질보다는 때미는 탕목욕이 더 좋아서이고 결혼해서는 신랑이 열이 많은 체질이라서 결혼한지 만 5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신랑과 찜질방 가본게 다섯 손가락 안에 곱히네요. 마리아나처럼 언젠가 찜질방에가서 양머리를 하고 계란에 식혜 먹고싶네요^^

  4. 민트맘 2014.09.20 0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못만드는 양머리를 마리아나는 독학으로 배웠군요.
    찜질방에 가고싶은 이유는 너무나도 마리아나 다워서 웃었답니다.
    저는 냉한 체질이지만 찜방이나 사우나에는 숨이 막혀하기에
    가본 적이 몇번 없어요.
    그래도 요즘처럼 온몽이 쑤실때는 뜨뜻하게 지지는 생각도 해보네요.

  5. 보헤미안 2014.09.20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쿄쿄쿄쿄☆ 글을 읽으며 혹시...마리아나가 좋아하는 이유가...??
    찜질방 맛난이 떄문일까나☆ 했는데 역시 군요☆
    마리아나 답습니다☆ 찜질방에서 수다떨다 먹는 간식거리는 정말 꿀맛이죠☆
    마리아나는 언제 저런걸 배웠을까나요☆ 쿄쿄쿄☆
    사진으로 시어머니님이 엄청난 동안인데 깜짝!! 그리고 스타일이 좋은 미인이신데 깜짝!!
    올리브나무님은 더더더더동안에 피부도 엄청 좋으시네요☆
    이론이론..마리아나가 그렇게 귀여운 이유가 있었어요☆

  6. BlogIcon 레오맘 2014.09.20 1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리아나는 할머니랑 함께 있으면 할머니도 닮아보이고 또, 엄마랑 있으면 엄마랑 붕어빵이네요^^
    저는 한국에 있을때 한번도 찜질방에 간적이 없어요.그점이 한국을 떠나니 좀 후회가 되네요..아이는 친구들이랑 한번 찜질방에 다녀오더니 그렇게 좋아하더군요.자주 데리고 갈 것을...
    여름햇살처럼 무럭무럭 크는 마리아나가 눈부시네요^^점점 아름답고 건강한 소녀가 되어가니 밥안드셔도 배부를것같아요^^

  7. 릴리안 2014.09.20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머리 ㅋㅋㅋ 저는 얼음 있는 찌인한 커피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

  8. 키키영구 2014.09.20 2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하하하
    넘 이뽀이뽀^^*
    마리아나 필살기 볼살 애교는 정말 듀~금인데요 ㅎㅎㅎㅎㅎ
    거기다
    양머리까지 했으니 !!!!!

  9. BlogIcon 이재흥 2014.09.21 18: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찜질방문화 좋아하는 모습이 귀엽네요^^

  10. 2014.09.22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1. 2014.09.22 0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BlogIcon 들꽃처럼 2014.09.22 1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찜질방?
    전 찜질방 한번 가보고 질겁했어요
    뜨거운 열기와 서걱거리는 바닥에 뜨악~~~
    게다가 그 사람 많은곳에서 벌렁벌렁 누워있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답니다~~~

    우리 매뤼애나 언니에게 찜질방 특식을 해주심이?
    텔레포트가 어서 개발이 되길....

    매뤼애나 얼굴이 아직은 아가네요
    아이 귀여워라~~~

  13. 넣어둬~넣어둬~ 2014.09.22 16: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리아나는 정말 볼매~인듯요~ ^^

    찜질방은 저도 좋아하는데..애 낳고 애들 키우면서는 전혀 갈 시간이 없네요..

    저도 찜질방 식혜와 아이스커피 참 좋아하는데~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항상 즐겨찾기로 방문하는데..처음 댓글 남기네요~ 아..쑥스러워라~~ ^^**

  14. Kyra 2014.09.22 2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찜질방 저는 딱 한 번 가봤는데 토하고 아파서 바로 나와야 했어요. 같이 간 식구들이 저 때문에 궁디 잠깐 바닥에 붙여보나 싶다가 바로 나와야 했다며 돈 아까워 했었어요. 평소에 추위를 엄청나게 타서 따뜻한 곳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숨막히고 뭐랄까 속 깊은 데서 열감이 확 솟구치더라구요.
    그 뒤론 안가지만 그래도 양머리 만드는 법은 배우고 싶네요. 귀여워라~

  15. Favicon of http://mineralvita.tistory.com BlogIcon 미네랄비타민 2014.09.23 0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 저는 또 찜질방을 대용으로 어떤 시원한 목욕을 했다는 줄 알고 궁금증 폭팔로 들어왔습니다... ㅋㅋㅋ
    덕분에 재미있는 포스팅 보고 갑니다. ^^
    즐거운 나날들 되세요 ㅎ

  16. BlogIcon 김희용 2014.09.24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리아나 너무 귀여워요~~^^^
    복스럽게 먹는거보니 제가 다 배가불러요~~^^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올리브나무님 글 재미나게 읽으면서 꼭 한번 그리스가보려구요 ㅋㅋ 로도스 너무 가고싶어요 산토리니도
    늘 행복하세요~~~^^

  17. 2014.09.24 2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8. 2014.09.30 1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9. Favicon of http://fruitfulife.tistory.com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4.10.04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찜질방에 딱 한번 가봤는데 식혜와 홍초, 미역국 먹는 재미가 아주 좋았지요.
    마리아난 날이 갈수록 엄마 닮아가는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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