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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9 한국음식 ‘귀걸이’를 요리하라 성화인 그리스인들 (42)

 

 

 

지난 일요일엔 남편 매니저 씨의 이름 날과 원래 이틀 뒤인 시어머님 생신을 한번에 저희 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 날은, 파티 성격상 제가 전적으로 요리를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는 인원이 최소인원만 와도 20명이 훌쩍 넘을 때가 많으니 저는 이번엔 또 무엇을 요리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잦은 파티에 매번 같은 음식을 내 놓을 수도 없고, 그리스에서는 명절이나 특별한 국경일이 아닌 생일 파티의 경우 '간단한 샐러드 바'나 뷔페 형태로 차려놓고 각자 알아서 덜어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덜어먹기 간편하면서 이번엔 뭔가 좀 색다른 그런 것이 없나, 크리스마스 파티와 신년맞이 파티와 겹치지 않는 메뉴로 하려면 뭘 할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간 주로 신년맞이 파티를 할 때(12월 31일 밤과 1월1일 점심인 두 번의 식사 모임) 한국음식을 그리스음식과 섞어서 해왔기 때문에, 결국 저는 이번엔 제가 파티 요리를 맡은 이래 최.초.로. 한국음식을 뺀 상차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시어머님 생신이라 한 친구분이 오시기로 했는데, 그분께서 지병으로 입맛이 없으셔서 그리스 음식 외에는 다른 것을 못 드신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생일을 맞아 기분이 좋으신 시부모님이십니다. 어머님이 사진이 젊게 나왔다고 엄청 좋아하셨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처음 이민 왔을 때부터 그리스인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국음식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태어나 김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들은 이 김이 지중해 앞바다에 떠 있는 두꺼운 해초를 연상시킨다며(이들은 해조류를 먹지 않으니 말이지요.) 인상을 쓰며 입안에 집어넣곤 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모든 음식이 낯설 수 밖에 없고, 첫 한 입을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먹었다가 그 낯선 맛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도 더러 있었습니다.

우리 기준으로 최대한 덜 맵게 닭볶음탕을 했지만, 엄청난 기침을 유발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저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그리스인들 입맛에 맞춘 한국음식들을 요리하게 되긴 했지만, 이날 처음 뵙는 지병 있으신 시어머님 친구분에게 음식으로 불편함을 드릴 수도 있겠다 싶어, 이번엔 그냥 접은 것이지요.

우선 이날 제가 요리한 메뉴 일부를 살짝 살펴보면요.

 

  

그리스식 시금치 파이와 치즈 파이, 소시지 파이입니다. 

100개 넘게 만들었는데도, 파티 후 흔적도 없이 빈접시만 남을 만큼, 그리스인들이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감자튀김과 그리스식 미트볼 게프데다끼아와 그릭 셀러드입니다.

 

 

달걀과 치즈, 햄, 파스타 샐러드와 참치 파슬리 파스타 샐러드입니다.

 

그 밖에도 닭가슴살 베이컨 구이가 이날의 가장 인기 메뉴였는데요. 다음엔 좀 더 많은 양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잠깐 손쉬운 레시피를 공개하자면요.

 

  그리스인들이 좋아하는 

올리브나무 표  닭가슴살 베이컨 구이

 신선한 베이컨과 노란색 파프리카를 한입 크기로 자릅니다. 

(베이컨 300g, 파프리카 2 개를 사용했습니다.)

닭가슴살을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올리브유, 소금, 후추, 오레가노, 바질, 고춧가루 등을 넣고 잘 버무립니다.

(닭가슴살은 500g을 사용했고, 양념의 양은 개인 기호에 맞게 하되,

고춧가루는 아주 약간만 넣습니다.

오레가노나 바질 등의 향채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 그냥 허브솔트를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쑤시에게 이렇게 끼워줍니다. 베이컨은 두번을 접어서 어묵을 끼우듯 끼웠습니다.

 

팬을 달군 후 기름을 살짝 두르고 구워줍니다.

닭가슴살은 빨리 익기 때문에 한번만 뒤집어서 구워주면 됩니다. 

그리스인들은 레몬을 좋아해서 곁들여 냈는데, 레몬은 도리어 남고 완판 되었습니다.

 

그런데 음료와 얼음까지 세팅을 해 파티 준비가 끝날 무렵, 손님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차려진 음식을 보고 제게 한 마디씩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 김밥 없어? 오늘은? 김밥 왜 없지?"

"어? 난 오늘 아침부터 계란밥(야채복음밥 형태에 계란을 입혀 한입 크기로 구운 것으로 연말 파티 메뉴에 꼭 오르는 음식입니다.)을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없는 거야??"

"아니! 그 매운 누들 샐러드(스파게티면을 이용한 한국식 비빔국수입니다.) 어디 갔어? 내가 그걸 먹으려고 얼마나 기다렸는데…엉엉…"

엉엉

저는 이런 반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처음 보는 한국음식에 몹시 낯설어하던 이들이었는데, 모르는 사이 가랑비에 옷 젖듯 한국음식에 젖어 들어, 이젠 먹고 싶어 자꾸 생각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끼끼와 시누이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저는 "아...그 음식들은 신년맞이 파티 때 할 거니, 며칠만 참고 기다려 주세요."라며 변명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때, 저희 집에 도착한 '끼끼'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올리브나무! 왜! 왜! 왜! 오늘은 귀걸이가 없는 거야?"

"응? 나 지금 귀걸이 했는데? 너무 작고 딱 붙은 것을 해서 잘 안 보이나?"

"아니, 네 귀걸이 말고 한국음식 귀걸이 말이야."

"한국음식.......귀걸이? 그게 뭔데?"

"있잖아. 네가 자주 하고, 내가 잘 먹는 그거. 이렇게 투명한 면이랑 야채랑 고기랑 섞여 있고 그 왜 내가 접시에 코 박고 먹는 그 음식 말이야~~~~"

저는 그녀가 접시에 코 박고 먹는 음식이 뭐였던가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 잡채 말하는 거구나!"

"응. 그래, 그거!"

"아하하하..근데 그게 왜 귀걸이야, 이름이. 잡채라는 이름이 생각이 안 났던 거야?"

 우하하

"그냥 큰 귀걸이처럼 면하고 야채하고 막 엉켜서 이렇게 포크로 들면 막 달랑달랑 매달려서 내 입 속으로 들어가잖아~~ 하핫. 그거 먹을 생각에 엄청 들떠 왔는데, 오늘 없는 거야??"

 

그녀는 마치 잡채가 옛 신라시대 선덕여왕의 귀걸이처럼 크고 긴 귀걸이라도 되는 양, 신나게 설명을 했습니다.

 

 

 

옆에 있던 시누이도 "나도! 나도 귀걸이 먹고 싶어! 올리브나무~~~~~" 라고 성화였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다음엔 꼭 잡채를 해줄게. 며칠만 참아 주세용."

 ㅎㅎㅎ

 

저는 결심했습니다.

다음 파티 땐 이들이 원했던 모든 한국음식을 다 차려 놓고, 한국음식 이름 외우기에 돌입해야겠다고요.

특히 잡채를 그리스인 입장에서 어떻게 외우기 쉽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이름 뜻은 따로 설명을 해주되, 잡채 발음'스티브 잡스'으로,는 한때 그리스에 유행한 노래인 '채채레 채채' 라는 노래 기억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좀 유치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확실하게 외우지 싶습니다. ^^

뜬금없이 큰 귀걸이가 되었다가 곧 유명인 이름으로 설명될 예정인, 그러나 그리스인들이 중독되어버린 우리의 정말 맛있는 음식 잡채입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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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꿋꿋한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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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2013.12.19 15: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걸이가 뭘까? 하고 한참 생각하며 읽었는데 잡채라니! ㅋㅋ
    그리스인들 생각이 너무 창의적인데요?

  3. 강철코끼리 2013.12.19 15: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한식으로 그리스인들을 포로로 만드셨군요. 멋지십니다. 진정한 한류의 주역이 아니신지..
    그나저나 솜씨가 끝내주십니다. 포스팅보면서 얼마나 침을 흘렸는지..

  4. Favicon of http://sapporoboom.com/ BlogIcon 노란별 2013.12.19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이 퓨전요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캬 진짜 맛있겠다ㅠㅠ

  5. 무탄트 2013.12.19 1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놀랍게도 어머님이 엄청 젊어보이시는 걸요. 다른 분인 줄 알았어요. ㅋㅋ
    올리브나무님의 멋진 음식솜씨로 벌써 그리스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셨군요.
    한국에 살고 있는데도 제게 잡채는, 명절이나 생일 때나 되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
    얘기만 듣고 있는데도 침이 꼴깍 넘어가고 배가 고파오네요.
    야근을 달리기 위해 밥 먹으러 가야겠어요.

  6.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BlogIcon +소금+ 2013.12.19 2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역시 올리브나무님 음식솜씨가 좋으세요~~!!! 저 많은 음식을~~~ 진짜 대단하시다~~~
    완전 부럽... 전 몇 십명의 손님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요~~ ^^;
    저도 잡채 엄청 좋아해요`~~ 생일 때랑 명절엔 빼놓지 않아요~~~ㅎ
    아.. 잡채 먹고 싶당..ㅋㅋ

  7. 쵸코 2013.12.19 2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잡채가 달짝찌근 짭쪼롬해서 외국인들 입맛에도 잘 맛나봐요. 의외로 잡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ㅋㅋ

  8. Favicon of http://factoyw.tistory.com BlogIcon 팩토리w 2013.12.19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정말 대단한 표현력이신데요.
    잡채를 귀걸이로 연상하시다니~~
    한국음식이 인기가 많다니, 괜히 제가다 뿌듯해 진다는!! 한국요리 전도 많이 해주세용 ㅋㅋㅋㅋ
    소개해주신 간단 닭가슴살꼬치, 만들어볼 수 있을것 같아요 ㅋㅋㅋㅋ

  9. 라온 2013.12.19 22: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리브나무님! 저 많은 음식들을 맛있게 뚝딱! 만드셨다니*_* 요리 솜씨도 좋으신가봐요!
    한국음식'귀걸이'가 무엇일까 했더니 잡채였군요! ㅎㅎ 제 주변 외국인들도 잡채를 많이 좋아하더라구요! 잡채 맛 한번 보더니 만드는 방법 알려달라고 하고, 자기 집에서 파티할 때 잡채 비슷하게 만들었던 독일인 친구가 생각나네요^^
    그나저나 저렇게 음식 준비하다보면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기분 좋고 마음 뿌듯할것 같은데, 몸은 정말 힘드시겠어요ㅠㅠ
    올리브나무님 덕분에 맛있는 잡채가 생각나는 밤이에요~~ㅎㅎ

  10. 새벽.. 2013.12.19 2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목만 보고 귀걸이라...그 비슷한 발음을 가진 한국음식이 있었나 한참 고민했어요. 잡채라니... 그러고 보니 포크로 집으면 그렇게 보이기도 할 듯... ㅎㅎ
    또 올리브나무님의 파티 시즌이 시작되었군요. 다른 사람들 해먹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 챙겨가면서 하시길...
    어머니는 정말 젊어보이시네요. ㅎㅎ

  11. Favicon of http://www.fruitfulife.net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3.12.20 0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합니다! 오늘 밤엔 요리 포스팅하신 분들 넘 많아 잘 자리에 삶은 달걀과 백김치, 고구마를 드디어 흡입하고 있습니다. 엉엉~~ㅠㅠ

  12. 씨미씨미 2013.12.20 0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이 야밤에 맛난 음식들 사진을 보다니... ㅠㅠ
    제목만 보고 귀걸이? 라고 읽고, 전 왜 귀를 연상하며 만두인가 했을까요? ㅋㅋ
    암튼, 잡채를 귀걸이로 표현하다니.. 정말 표현이 기발한듯 ㅎㅎ

  13. Favicon of http://memo1234memo.tistory.com BlogIcon 오렌지수박 2013.12.20 0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음식만큼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음식을 접할 때면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잖아요. 그리스분들이 김밥과 잡채 그 외 한국음식을 찾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뿌듯하기도 하고 그동안 올리브나무님이 그 입에 익숙하도록 수없이 만드셨을 그 노고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또 낯설지만 피하지 않고 접하고 그러면서 맛있게 먹어주었을 고마운 분들의 모습도요.^^

  14. 2013.12.20 2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5. 포로리 2013.12.22 2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귀걸이 저도 특별한 날에만 해먹어요.거북손인 제가 너무 느려서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 한국음식을 입에 붙을만큼 많이 해준거잖아요. 대단하고 좀 뿌듯하네요. 그나저나 저 잔치상 완전 부럽네요.

  16. 현정 2013.12.28 1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자서 저렇게 뚝딱 상차림을 하시다니 존경스럽네요.
    남편혼자 먹을 밥상차리는 것도 버겨워하거든요.
    처음에 멋진 그리스 풍경에 여유를 즐기면 사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블로그를 봤다가 헐, 이 언니 외지에서 참 대단하다~ 하면서 혀를 내둘렀다능.

  17. baeckgoo 2014.01.02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ㅎㅎ 위에 글 보면,
    닭가슴살을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올리브유,소금,후츄,오레가노,바질,고춧가루 등을 넣고잘 버무립니다.
    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ㅎㅎ
    여기에서 사용된 올리브유는, 식용유인가요?? ㅎㅎ 아니면 참기름,들기름 같은 건가요??

  18. 철원사이비 2014.01.17 1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 안하고 블로그만 보고 있습니다.
    너무 잼있어 단숨이 읽어줘요,, 며칠째 올리브님 글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이젠 이렇게 댓글도 남기네요.. ^^
    그리스란 나라 님때문에 상세하게 알게 됩니다.

    올리브님이 정말 애국자시네요..
    한국을 알리고 음식을 알리고,, 정을 알리고,,
    자랑스럽습니다.

  19. indora 2014.03.19 1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누이가 엄청 미인이다!

  20. 유재학 2014.04.04 1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음식을 이렇게나 사랑해 주시는 외국분들이 있으니 뭉클합니다. ^^

  21. BlogIcon 뚱땡이 2014.09.30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우연히 검색하다 들어왔어요
    제가 찾는건 없는데도 계속 못나가고 글읽고 있네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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